저는 현재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 Product Manager라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Product Manager가 낯선 사람들에게 제 직무를 소개할 때에는 서비스 운영 담당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Product Manager라는 직무의 기원까지는 잘 모르지만 최근 온라인으로 서비스 (또는 상품)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증가하면서 소위 IT 업계에서 많이 보이는 포지션입니다.

특히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에서 Product Manager가 하는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합니다.

2. 개발 / 마케팅 / 영업 / 운영 조직과 협업하여 계획을 실행합니다.

3. 실행 결과에 대해 회고하고 공유하며 성과를 측정합니다.

실제로 제가 기업에서 하고 있는 일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서비스가 제공되는 사이트 환경이 편리하고 재미있도록 기획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판매자를 영입합니다. 서비스를 찾는 고객에게 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우수한 판매자를 찾고 영입 제안을 합니다. 판매자가 서비스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도와주고 서비스를 찾는 고객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될 수 있도록 이미지와 텍스트를 꾸미는 일을 함께 합니다. 커머스의 상세 페이지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무수히 많은 서비스를 매일 검수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이용 약관에 위배되는 내용은 없는지 살피고 조금 더 개선할 포인트를 찾아서 수정하도록 돕습니다. 서비스를 등록하고 검수하는 목적은 고객에게 더 많이 판매가 되고 콘텐츠로서 유의미하게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마케팅 부서와 함께 온라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진행합니다. 시즌 이슈와 트렌드를 빠르게 확인하고 현업에 반영하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영업 조직이 모셔온 고객에게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판매자를 추천하고 거래가 성사되도록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수행합니다. 고객과 판매자 사이에서 들은 사이트 이용 환경 개선의 목소리는 개발 조직에 그대로 전달하거나 가능한 범위에서 직접 기획을 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Product Manager는 개발 / 마케팅 / 영업 / 운영 등 회사의 거의 모든 조직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각 부서와 협업할 때에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프로젝트 진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일하고 있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 볼 수 있는 시야가 있어야 합니다.

Product Manager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다양한 조직의 사람들과 협업하려면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필요합니다.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한 각 조직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고 조율하며 진행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과정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최신 업계 동향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IT 업계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고객이 움직이는 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갑니다. 그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다면 비즈니스라는 정글 같은 생존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영업, 마케팅, 기획, 운영 등 다양한 직무를 여러 회사에서 경험해 보았습니다. 오프라인 대형마트 회사에서 MD와 마케터로, 온라인 채용 포털사이트에서 영업관리와 마케터로, 온라인 교육 O2O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영업과 기획자로 경험을 쌓았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얻은 역량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직무와 회사를 찾다 보니 Product Manager라는 직무와 플랫폼 기업이라는 짝꿍을 만나게 된 것 같습니다.

Product Manager는 분명히 어려운 직무입니다.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리딩해야 합니다. 목표 달성이라는 오너십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상황과 문제를 하나씩 극복하고 프로젝트를 완수하여 성과를 만들었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당장의 큰 성과를 바라고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며 동료들과 즐겁게 협업하는 것이 Product Manager가 가지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Product Manager를 꿈꾸고 되기 위해 처음부터 노력했던 사람은 아닙니다.

어릴 때는 스포츠를 좋아해서 운동선수 또는 프로 스포츠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대학에 입학해서는 그저 대기업과 같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회사에 취업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선배들이 많이 가는 제약회사를 선택하였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개발 직무는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운 좋게 입사한 제약회사에서 첫 임무는 병원과 약국 영업이었습니다. 낯가림이 심한 내성적인 성격에다가 말도 잘 못하는 부족한 소통 능력은 영업 직무에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영업 실적 부진으로 혼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목표를 명확하게 세우고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업은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의사와 약사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감동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준비한 감동 마케팅 전략은 손편지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더운 여름 날씨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과 함께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써주면 감동하여 우리 회사 약을 많이 사용해 주겠지라는 달콤한 상상을 했습니다. 결과는...

이직한 회사는 대형 마트를 운영하는 외국계 유통회사였습니다. 말발과 잔머리로 고객을 현혹하는 것이 아니라 우직한 소처럼 땀 흘려 일하며 고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고객 감동을 실천하자는 굳은 다짐과 함께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형 마트 농산 코너 매니저 직무로 시작했는데요. 고객을 직접 대면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격을 깎아 달라는 어머니, 무작정 하나 더 달라는 아저씨, 시식으로 딸기 1kg 한 박스를 먹으려는 동네 꼬마들까지 매일 상대하여 높은 매출을 올리는 일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직장 상사에게 매출 실적 부진으로 혼나면서 (앗.. 이것은 대쟈뷰인가)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열심히만 하지 말고 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고객님들 장바구니에 어떤 상품이 많이 담겨 가는지 유심히 살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고객님들 장바구니와 카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머리로 축적한 장바구니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상품을 따라 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인기 상품을 최대한 많이 진열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보이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는 simple is best 정신을 실천했습니다. 결과는...

다사다난했던 영업과 운영 직무를 수행하고 마케터가 된 것은 운 (Lucky) 70% : 경험과 경력 30% 정도 작용한 결과입니다. 점포 생활을 정리하고 본사에서 신선식품 MD로 근무하면서 선배들에게 혹독하게 훈련받은 역량은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었습니다. 현황을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은 데이터 분석의 기본인데요, 이것을 잘한다는 소문을 마케팅 부서에서 듣고 저를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참고로 마케팅에는 여러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계획하는 영역, 온오프라인 매체에서 마케팅을 실행하는 영역,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영역 등이 있는데요. 이 중에 제가 처음으로 경험한 영역은 마케팅 조사와 분석이었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고객이 많이 찾는 점포 (위치 데이터)와 많이 사는 상품 (주문 데이터),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 등을 조합하여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작업을 합니다. 현업에서 즉시 반영하여 더 좋은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내가 분석한 데이터를 근거로 아이디어를 제시했을 때 성과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매우 보람이 느껴졌습니다.

온라인 마케팅을 경험한 것은 세 번째 회사로 이직한 후였습니다.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게 만들고 회원가입과 상품 구매와 같은 액션을 유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라고 하죠?

검색 광고, SNS 채널 운영 등을 통해 트래픽 (방문자)와 전환 (회원 가입, 구매) 성과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일종의 온라인 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대면이지만 온라인 마케팅의 목적과 활동이 고객이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매하게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라는 면에서 오프라인 영업과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마케터가 기획한 콘텐츠와 전략에 고객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고 흥미롭습니다.

제가 Product Manager가 된 배경은 우연 같지만 지금까지 잘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전 경험에서 충분히 준비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영업 직무를 하면서 선배들에게 목표 관리와 계획 수립,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배우지 않았더라면? 운영 직무를 하면서 고객 장바구니를 보고 트렌드를 읽는 시야를 훈련하지 않았더라면? 데이터 분석과 고객 조사 업무를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Product Manger로서 역할을 잘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엄청 뛰어난 성과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영업, 운영, 개발 조직에 두루 제가 경험하고 분석한 내용을 공유하며 함께 성장을 만들어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제가 지금까지 배운 영업, 마케팅, 운영 직무에 모든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